
당시 인터넷 게시판에 게재되었던 사진 |
한국의 두발규제 사진을 접한 외국인들은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모두가 똑같은 머리, 똑같은 교복, 우리에겐 익숙한 모습이었지만 외국인들의 눈엔 자유와 개성을 잃은 하나의 데칼코마니처럼 보인 듯 했다. 정말 지금 우리의 고등학생들은 자유와 개성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현재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Interviewee]
Q.두발 규제에 대해 어떻게 생각 하나요?
성우 : 아무래도 두발규제가 심하면 거부감이 들어요. 학교 선택이 자율화 되고부터는 두발규제랑 교복디자인이 가장 큰 선택요소가 되기도 하구요. 학교에서도 나름 완화하는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나이 드신 선생님들의 사고방식 때문에 효과는 별로 없는 것 같아요. 학생들의 개성을 존중하는 교육을 한다, 인성개발을 한다면서 획일화된 교육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두발규제를 지속하는 것도 우습다고 생각해요. <염색, 파마 =공부를 못 한다> 는 인식부터가 너무 구식이고 획일적이지 않나요?
나라 : 저희 학교는 사진처럼 심하진 않은 편이어서 엄청 불만이 많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가끔 답답할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머리 좀 묶고 다니라고 선생님께서 무조건적인 핀잔을 하실 때는 기분이 상하기도 하죠. 솔직히 말하면 파마나 염색을 해보고 싶을 때도 있어요.
보현 : 저는 개인적으로 머리스타일이나 패션에 관심이 많아요. 친구들 앞머리를 잘라주기도 하죠. 그런 면에서 관심은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한정적이니까 규제가 조금 더 완화 된다면 좋을 것 같긴 해요.
원형 : 위에 사진처럼 엄청 바짝 깎은 머리를 강요 받는 건 아니라 큰 불만은 없어요. 중학교 때보다 머리도 좀 더 기를 수 있게 됐고 교복을 줄이는 거 엔 별로 관심이 없는 편이거든요. 저는 이 정도로만 유지돼도 괜찮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꾸미는 거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은 불만을 토로할 때가 많아요.
두발규제와 학생들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 확실히 많은 부분들이 개선돼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우리 학생들과 어른들 사이에 더 많은 소통을 필요로 한다는 점 또한 부정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규제들을 넘어선 우리 학생들의 감출 수 없는 개성만점의 모습들은 또 어떤 것이 있을까? 좀 더 이야기를 나눠 보았다.
Q.’나는 OOO이다!’ 자신을 소개한다면?
다솜 : 저는 춤을 좋아하는 생기발랄한 학생이에요. 춤을 추는 게 너무 좋아서 교내 댄스동아리에서 활동도 하고 방과 후에는 따로 댄스스쿨도 다니고 있어요. 친구들 앞에서도 연습한 춤을 거침없이 보여주곤 해요. 최종적으로는 영국에 69세 할머니 DJ가 계신데 그 분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멋있게 사는 게 꿈이에요.
성우 : 저는 앞으로 예체능 쪽으로 진학하고 싶어요. 학교에서는 방송부 활동을 엄청 열심히 하고 있어요. 영상이나 사진, 예체능 쪽에 다방면으로 관심이 많아서 가끔 친구들과 공모전에도 참가하고, 인권포스터를 만들어 보기도 해요. 공모전으로 몇 번 대상도 받아봤답니다!:):)
현수 : 저도 예술 학도를 꿈꾸고 있는 학생이에요. 손재주가 좋아서 학급 게시판 이랑 시간표를 만드는 것도 다 제 담당이었어요. 물론 친구들이 많이 도와 주긴 했지만요:) 조금 더 열심히 배워서 디자인을 전공한 다음, 전문적인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되고 싶어요.
원형 : 저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아직은 주로 혼자서 연습을 하고 있긴 하지만 다솜이랑 같은 동아리에서 활동하며 춤도 배우고 있어요. 노래를 부를 때나 춤을 출 때면 온 몸에서 전기가 흐르는 것처럼 기분도 좋아지고 스스로에게 만족감도 느끼는 것 같아요. 일단 앞으로 춤을 좀 더 마스터 하고 싶고, 공부에도 조금 더 신경 써야 할 것 같아요.
많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찾아가고 있고, 그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가고 있는 것에 놀라웠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사회는 이러한 꿈 보다는 공부를 우선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학생들의 생각을 물어보았다.
Q. 예를 들어 학교에서 야자(야간자율학습)를 무조건적으로 해야 하는 등의 문제로 꿈과 학업을 병행 하는 것이 힘들지는 않나요?
다솜 : 저는 댄스스쿨에 다니는 것 때문에 야자를 하고 있진 않아요. 부모님, 담임선생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허락을 받았죠. 공부가 물론 지루하고 힘들긴 하지만 Dancer가 되고 싶다고 공부를 완전히 외면하고 싶지는 않아요. 그래서 수업시간과 시험기간에는 열심히 하고 있어요.
성우 : 저희 선생님들께서는 제가 방송부 활동에 열심인 것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으세요. 예체능을 하기엔 내신이 아까우니까 공부에 조금 더 투자를 하길 원하시죠. 물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공부를 중요시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이해를 받기 위해선 먼저 사회분위기를 바꾸고 창의인재를 키우기 위한 실질적인 계획이 뒷받침 되어야 할 것 같아요. 하지만 대체적인 학교생활은 재미있어요. 친구들도 많고 매일 매일이 새롭죠. 수험생이라 힘들고 지치긴 하지만 친구들과 시장에 몰려가서 밥을 사먹거나 몰래 노래방이나 카페를 가는 소소한 재미도 있어요.
원형 : 저는 무엇보다도 먼저 제 꿈을 이루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학생으로서 학업을 완전히 등한시해서는 안 되지만 꼭 야자를 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그 시간에 자신의 전문성을 더 키우게 한다면 학생들도 좀 더 다양한 분야로 발전할 수 있지 않을 까요? 선생님들과 부모님들도 조금 더 열린 방향으로 우리들에 대해 생각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주리 : 저는 솔직히 말하자면 야자시간이 재미있어요. 1학년 때는 혼자 공부를 했었는데 아무래도 심심한 면도 있었고 궁금한 점이 있어도 바로 물어볼 사람이 없었거든요. 2학년 때부터는 야자를 하면서 친구들과도 좀 더 오래 어울릴 수 있고 서로 질문도 해가며 도와주고 있어요. 또 가끔 선생님들 몰래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것도 너무 재미있죠. 선생님들도 웃어넘기시며 봐주시기도 하구요. 아무튼 야자를 하지 않는 친구들에 비해서 조금 더 인간적인 관계를 돈독히 다지게 되는 것 같아요. 그 만큼 학교생활에도 더 잘 흡수되기도 하구요.
자신의 꿈에 대해서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학업에도 각자의 역량만큼 기준선을 정해 놓고 있는 듯 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꿈 많고 개성 넘치는 학생들이 이성교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Q.고등학생으로서 이성교제를 하는 것에 대해 본인의 생각과 주변에서 바라보는 시선은 어떤가요?
희 : 저희도 물론 사람이기 때문에 좋아하는 이성 친구를 보면 사귀고 싶죠. 저도 같은 학교의 친구가 좋아져서 사귀게 되었어요. 요즘은 많은 친구들이 교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저희를 나쁘게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공부에 방해가 되지 않을까 부모님께서 조금 걱정을 하시긴 하죠. 그래도 귀엽게 봐주시는 편이에요.
Q.그런데 가끔 조금 심한 애정표현을 하는 사진들이 인터넷에 게재돼 화재가 되잖아요. 개인적으로 저는 조금 심하지 않나 생각할 때도 있는데 현희 양은 그런 부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희 : 저도 학생들이 심한 애정표현을 하고 또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자랑하듯 인터넷에 올리고 이런 건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사귀다 보면 스킨십을 할 수도 있지만 그걸 여기저기 자랑하듯 내보이고 싶진 않거든요. 그런 부분에선 우리 학생들도 조금 자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이렇게 스스로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있고 스스로를 깨달아 가는 학생들에게 더 이상 ‘아직 철이 없다. 개념이 자리 잡지 않았다’라는 말과 앞선 걱정으로 규제를 하고 타이르려고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조금 더 서로 존중하고 소통을 해 가며 이해의 폭을 넓어가야 하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우리 학생들의 모습도 외국 친구들에게 개성만점의 멋진 친구들로 비춰질 것이다.
Q.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나라 : 영락고, 그리고 전국의 고등학생 친구들아 다 같이 힘내자! 상큼발랄 여고생이 최고에요!
성우 : 뜬금없지만, 우리 한서高 방송부 가족들 사랑해! :)
주리 : 주어진 틀 안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는 방법을 배워가고 있다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친구들! 끝까지 파이팅 하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