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간의 무제한 기차여행 티켓 <내일로>를 소개합니다.
일본에 청춘 18 티켓이 있다면 한국에는 <내일로> 티켓이 있다. <내일로>는 18세 이상 25세 이하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일주일간 무제한 기차를 이용할 수 있는 티켓이다. 국내인 뿐만 아니라 거주소지증이나 여권을 가진 해당 연령의 외국인도 구매창구에서 신분확인을 거치면 티켓을 사용할 수 있다. 08년도에 처음 출시하게 되었고 09년 당시 여름 한정 티켓 발권수는 3천장에 불과하였지만, 지난 2010년 한 해의 티켓 발권은 자그마치 9만장이라고 한다. 짧은 시간 동안 이용자 수가 많아졌다는 것은 내일로 여행의 만족도가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 할 있다. 이러한 내일로가 지속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프로그램을 개선시키기 위한 각고의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무료 숙박도 가능한 <내일로 플러스>
코레일 각 지부에서는 자기 지역에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와 연계하여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다. <내일로 플러스>라는 제도인데, 특정역에서 티켓을 발권하면 지역의 관광상품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서비스이다. 잘만 이용하면 1일 무료 숙박은 물론 관광지 입장료 50% 할인도 받을 수 있다. 한 예로 올해 6월 제천역에서 내일로 고객 6명을 숙박, 교통비, 식비까지 전부 포함해 무료로 제천시 투어를 시켜주는 이벤트를 진행하였다. 또한 영주역에서 발권하면 열차를 개조해 침실로 만든 침실객차에서 숙박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진다. 각 역마다 특색 있는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으니 내일로 티켓을 발권하는 이들은 꼭 참고해야 할 사항이다. 한편 내일로 플러스는 코레일 본사 지침이 아니라 지부가 사비로 자발적으로 행하는 것이라고 한다. 적정한 경쟁은 코레일 지부에도 내일러(내일로 여행을 하는 여행객들을 일컫는 말)들에게도 상생의 효과를 가져오지만, 최근 과열 경쟁으로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다. 이로 인해 고객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다.

내일로 플러스의 한 예로, 제천역 이벤트를 진행중이다. |
완벽에 가까운 편의시설과 서비스
내일러들은 KTX를 제외한 무궁화호/새마을호를 탈 수 있다. 대부분의 열차 내에는 콘센트가 있어 핸드폰, 노트북 사용 도중 급속 충전이 필요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객차 중 한 칸은 cafe 전용 칸으로 만들어 간단한 스낵을 사 먹거나 노래방도 이용할 수 있도록 해 두었다. 또한 내일로 티켓은 입석표이기 때문에 일반 고객이 좌석표를 제시하는 경우 비켜주어야만 하는데, 새마을호 열차 5번 칸은 전부 자유석으로 지정되어 있어 입석표인 내일러들도 자리 비켜줄 걱정 없이 목적지까지 편하게 갈 수 있다. (다만 주말은 예외다.)
뭐니뭐니해도 편안한 여행을 만드는 최근의 1등 공신은 무선인터넷과 스마트폰이라 할 수 있다. Trais 지정환승시간표 사이트(
http://www.trais.org/05-css/)에 접속하면 기차시간표와 환승시간표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국내 최대 내일로 정보사이트인 바이트레인(
http://cafe.naver.com/hkct/)에서는 여행지 정보를 검색하거나 질문을 올려 실시간 답변을 받을 수도 있다. 이미 종이표가 아닌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한 티켓 발권이 가능해 편리하면서도 신속한 내일로 여행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뿐이랴. 코레일에서는 각 역마다 인포메이션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지역의 주요관광지에 가는 방법은 물론, 각종 외국어 브로슈어를 비치하여 외국인도 정보 접근이 용이하도록 하였다. 승무원들도 객차를 왕래 할 때 마다 인사하고 검표를 정중히 하는 부분에서 감동을 받았다. 사소한 부분에서의 세심한 배려가 고객에게 큰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살아있는 여행의 길잡이 역할, 코레일 기자단
2011년 코레일에서는 내일로 기자단 1기 위원을 모집하였다. 내일러들에게 여행지 정보를 제공하고 기차역 서비스 모니터링을 통해 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꾀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모였다. 이들은 여름방학 시즌에 2주 동안 KTX를 포함하여 무제한으로 열차를 탈 수 있도록 하는 혜택을 주고, 하루에 하나씩 블로그에 내일로와 관련된 기사를 쓰는 미션을 맡았다.
내일로 기자단 1기 1조인 변국석씨는 '내일로 공감' 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내일러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기사의 차별성을 더했다. 블로그에는 이미 4개의 인터뷰가 올라와 있는 상태다.

내일로 기자단 변국석님이 쓴 인터뷰 표지. |
"기사작성시 고민이 있었습니다. 내일로 기자단이라고 해봐야 전문 여행기자에 비해서 양질의 여행정보를 제공하기는 힘들 것이 뻔했으니까요. 전문적인 여행기자 분들에 비해서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다가, 소통을 떠올렸어요. 사실 여행지 정보는 바이트레인(정보공유사이트)에서 검색해도 주체 못할 정도로 줄줄 나오거든요. 그렇다면 나는 차라리 내일러들과 친구 대 친구로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하고 방향을 잡았죠."
"그 외의 활동은 여행지 탐방이었죠. 내일러로서의 여행기죠. 내일러처럼 기자단 활동 기간에 KTX 포함하여 무제한으로 기차를 탈 수 있다는 특권만 주어졌을 뿐이니까요. 의무적으로 1일 1건 이상 여행 콘텐츠를 작성해서 올려야 했기 때문에 저는 출퇴근식 여행에 그쳤지만, 다른 분들은 나름의 테마를 가지고 움직이셨죠. 2조 김소리 씨는 전공이랑 부합시켜서 한국의 미적 아름다움이 존재하는 문화재를 중점적으로 찾아 다니시더군요. 1조에 박홍철 기자 같은 경우는 사학과라서 또 사학도의 눈으로 문화재나 여행지를 바라본 기사를 썼어요. 다양한 관점에서 내일로와 컨텐츠를 조합하던 그 친구들이 신기하기도하고 부럽기도 했어요"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내일로 기자단이 SNS를 적극 활용하였다는 점이다. Twitter를 통해 인터뷰 대상자를 직접 물색하기도 하고, 사람들로부터 어플 <아임인>에 올린 게시물이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자단 활동이 내일로 프로그램 개선에 도움이 된 걸까?
"이번이 첫 운영이었기에 여러 면에서 부족한 모습이 많을 수 밖에 없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블로그나 SNS에 올라간 글은 간결하게 정보가 압축되어 있어,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지 않아도 되는 점이 좋았다'고 이용하신 분께서 말씀해주시더군요. 이 것으로도 내일로 기자단의 존재가치가 있다고 봅니다. 기자단이 몇 년 더 운영된다면, 내일로 프로그램을 더욱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코레일 홈페이지 (
http://www.korail.com/) 메인 화면에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의 SNS 연락망을 남겨두고 있는데 유용한 정보공유는 물론, 불편상담을 신속하게 접수받고 해결하도록 기반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SNS와 학생 기자단을 통해 고객과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나는 내일러다
나는 학생 입장에서 내일러를 직접 체험해 본 내일러다. 처음 내일로를 계획한 이유는 소위 말하는 '스펙쌓기'에 지치고 반복된 일상에 찌들었던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내일로 티켓의 존재를 알게 된 지 일주일 만에, 배낭 하나 메고 혼자서 7일 외박을 감행했다.

영주 부석사에서 사찰과 함께 찍은 사진. |
한국 사람임에도 몰랐던 한국의 아름다운 경치와, 지역 음식의 맛과 멋과, 그리고 역사에 대해 실질적으로 체험할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2009년 여름에 다녀왔던 여수 향일암이 다음 해에 불 타 소실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 내가 다녀오지 못했다면 향일암 전소에 대해 이렇게 애틋한 마음을 가질 수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전라도 순천에서 갈대밭 너머로 지는 일몰이 어찌나 아름답던지, 강원도 동굴들은 어찌 그렇게 웅장할 수 있었던지. 부산 태종대는 롤러코스터보다 아찔한 경험을 선사하였고, 대전에서는 맨발로 명품 황톳길 산책을 해보고, 전주 한옥마을의 기와집에서도 자보는 경험과, 그리고 너무 좋았던 맛있는 음식들!

영월 시티투어에서 만난 내일러들과 함께. |
특히 같은 동네, 같은 학교에 국한되었던 지인의 범위는 내일로 여행으로 보다 넓어질 수 있었다. 기차 안이나 여행지에서 우연하게 만났던 그 사람들과 함께 길을 헤매고, 밥을 먹고,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인지 처음 만났음에 불구하고 그 유대감은 오랜 친구 못지 않았다.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렇기에 나에게 있어 내일로란 교류이자 만남이다. 외향적인 마인드로 먼저 다가가 많은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같이 여행하고, 같이 느끼면서 내일로의 참 의미를 찾았다. 매번 내일로 여행 때 마다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인연을 만날까’ 라는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기까지 한다.
한편 내일로라는 제도가 해를 더해 갈수록, 이런 재미가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 아쉽다. 처음에는 내일로를 홀로 다니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점점 소규모 단체 내일로 족들이 많아지면서 소규모 집단 간에 폐쇄적인 분위기가 형성되는 양상을 보이는 듯 하다. 서로 마음을 열고 따뜻하게 대화할 수 있는 내일러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또한 내일로 프로그램이 등장한 이후 이용객이 많아지면서 질서 문제로 서로 얼굴 붉히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고 하는데, 내일러 스스로도 객차 내 에티켓을 지키려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나는 내일로 여행을 통해 새로운 나를 만났다.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나도 타지에서는 낯선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고, 4시간만 자도 하루하루 힘이 넘쳤다. 이해타산에 얽힌 일상에서 벗어나 가슴 뛰는 일을 찾는 것. 그것이 청춘이고, 일종의 특권이며, 내일로는 그 기회를 제공하고 있었다.
청소년뿐만 아니라 전국민을 대상으로, 방학기간뿐만 아니라 1년 365일 중 언제라도 떠날 수 있는 내일로 티켓을 상상해보면서 코레일의 더 나은 미래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