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현대의 사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되어버린 사람들
상상과 현실을 관통하는 아이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아시나요? 앨리스라는 소녀가 꿈 속에서 흰 토끼를 따라 가다가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게 되는 이야기로,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공간을 보여주는 동화인데요. 바깥 세상의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이상한 나라와 자신도 모르게 이상한 나라를 여행하게 되는 앨리스, 만약 현실 속에 존재한다면 바로 이 곳! 북촌 한옥마을과 이 곳을 여행하게 되는 관광객들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높은 빌딩 숲 속에서 돌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전혀 다른 세계를 여행하게 되는 북촌 한옥마을에는 옛 것을 좋아하고 지키고자 하는 마음을 지닌 주민들이 옹기종기 모여 사는데요. 경복궁과 창덕궁, 종묘 사이에 전통한옥이 밀집되어 있는 서울의 대표적인 전통 주거지역으로, 도심 한가운데에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공간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대청에 유리문을 달고, 처마에 잇대어 함석 챙을 다는 등 새로운 재료를 사용한 북촌의 한옥은 전통적인 한옥이 갖고 있는 유형적 성격을 잃지 않으면서, 근대적인 도시조직에 적응한 새로운 도시주택유형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국내 관광객뿐만 아니라 많은 외국인 관광객들도 산과 나무 등 주변의 자연환경과 잘 어우러지는 한옥의 운치를 담아두려 북촌의 한옥마을을 방문하고 있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숨어있는 북촌 한옥마을을 들여다 볼까요?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마음의 여유를 만드는 마을
조선시대에 조성된 상류층 주거지로서 1920년대까지 큰 변화가 없었던 북촌은 1930년대에 서울의 행정경계가 확장되고 나서야 도시구조도 근대적으로 변형되었습니다. 주택경영회사들은 북촌의 대형 필지와 임야를 매입하여 그 자리에 중소규모의 한옥들을 집단적으로 건설하였는데, 현재 한옥들이 밀집되어있는 가회동 11번지와 31,33번지, 삼청동35번지, 계동135번지의 한옥주거지들은 모두 이 시기에 형성되었습니다. 북촌의 한옥은 전통한옥과 비교할 때 비록 온전히 품격을 갖추지 못했지만 한옥의 구성과 아름다움이 응축되어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전통한옥의 특성을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현대적 조건에 적응하며 새로운 도시주택유형으로 정착되어 오늘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북촌 한옥마을에는 곳곳마다 옛 기억과 마주할 수 있는 골목길들이 멋스러우면서도 미로 같아서 모험을 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아무렇게나 놓여진 팻말과 소박한 화분 두어 개마저도 정감이 느껴졌습니다. 또한 북촌의 골목길은 자로 잰 듯이 뻗어 있는 현대의 도로와는 다르게 마주 오는 두 사람의 어깨가 닿을 듯 좁아지는가 하면 어느새 우마(牛馬)가 지나다닐 만큼 넓어지는데, 이는 북촌의 골목길이 과거의 물길에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되기 때문이라는 흥미로운 사실이 있습니다. 과거 북촌에는 북쪽의 능선에서 남쪽으로 전개되는 구릉지를 따라 몇 줄기 물길이 흐르고 있었고, 이들 북촌의 물길들은 마을의 인구가 늘어나고 도시가 현대적으로 개발됨에 따라 메워져 지금의 골목길이 되었다고 합니다. 물길 따라 길을 만들었다는 점이 골목길 마저 전통과 현대의 어울림인 북촌의 골목길은 물길의 기억을 마을의 옛 이름으로서까지 새겨두었는데요. 한옥 사이사이로 조용히 걷다 보면 바쁘게 살지 않았던 옛 사람들의 여유가 느껴지며, 시골에서 느끼던 사람 사는 내음이 나는 곳이 여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북촌 한옥 마을의 매력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골목길이 이끌어 주는 데로 걷다 보면, 많은 체험거리와 문화재, 그리고 북촌의 장인들과 관련된 곳에 머무르게 됩니다.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곳은 골목길의 시작점이 되는 북촌 문화센터일 텐데요. 북촌의 역사와 문화재를 안내하는 역할을 하면서 수준 높은 전통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문화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전통문화관련 행사를 진행할 회의실과 주민들이 쉬어갈 수 있는 사랑방도 멋스럽게 마련되어 있는 곳입니다. 게다가 문화재와 전통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북촌 투어의 정보도 얻을 수 있습니다. 북촌 투어에는 전통 내음을 가득히 느낄 수 있는 한옥 체험관부터 자수를 비롯하여 전통주 등 각 분야의 전통 장인들이 한땀 한땀 작업한 공예품을 볼 수 있고 한 수 배워 볼 수 있는 공방체험과 문화원, 숨어있는 보석 같은 박물관들을 구경할 수 있습니다.
골목길의 추억, 걸어서 동네 한 바퀴
북촌 한옥마을에는 한옥의 아름다움과 북촌 골목길을 구석구석 즐길 수 있는 도보 관광코스 '북촌 8경'이 있습니다. 서울시는 북촌을 가장 잘 감상할 수 있는 지점 8곳을 지정해 방문객을 위한 사진촬영지점(Photo Spot)을 설치하였습니다. 촬영 지점은 북촌의 전통과 삶을 상징하는 문양인 기와와 장독대를 이용하여 디자인하였는데요. 8경을 돌아다니며, 8개의 촬영 지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한 여행~ 지금부터 소개해드릴게요!
북촌 1경 : 돌담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 전경
북촌문화센터에서 나와 북촌 길 언덕을 오르면 첫 번째 촬영지점이 등장합니다. 북촌 1경은 조선의 궁궐 중 가장 오랜 기간 동안 임금님들이 거처했다는 곳, 돌담 너머로 보이는 창덕궁의 전경이 가장 잘 보이는 장소입니다. 사진 촬영 시 필요한 것은? 프레임에 차가 걸리지 않도록 찍기 위한 인내심이 아닐까요.
북촌 2경 : 원서동 공방길
창덕궁의 돌담 길을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불교미술관과 연 공방을 지나 골목 끝 즈음 궁중음식연구원 앞에 두 번째 촬영지점이 있습니다. 왕실의 일을 돌보며 살아가던 사람들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서 산책의 재미가 넉넉한 곳입니다. 여기서 깨알 같은 Tip 하나! 반드시 운동화를 신어야 이 곳의 여유로움 눈에 들어 온답니다.
북촌 3경 : 가회동 11번지 일대
이 길에는 전통문화를 소재로 한 자수박물관, 매듭공방과 가회 박물관들이 있습니다. 이 곳들을 지나 조금 내려가면 세 번째 촬영지점이 나옵니다. 한옥 내부를 볼 수 있는 곳인 만큼 다리가 아프다면, 마음에 드는 조용한 한옥에 들어가 차 한잔 마시면서 쉬어가는 건 어떨까요?
북촌 4경 : 가회동 31번지 언덕
가회동 31번지 일대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지점인 4경은 한옥마을을 위에서 조망한 광경을 가장 잘 포착할 수 있는 촬영지점입니다. 은근히 찾기가 어렵지만 더 보물 같은 이 곳은 북촌을 대표하는 경관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포기하지 말고 찾아보세요!
북촌 5경 : 밑에서 올려다 본 가회동 골목길
한옥의 경관과 흔적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곳인 5경은 가회동 31번지 한옥 골목길을 올라가는 길목에 다섯 번째 촬영지점이 있습니다. 5경은 서울시 북촌 한옥 보존 사업 초기부터 적극적인 골목 보호 정책 덕분에 지금의 자태를 유지할 수 있었는데요. 빼곡하게 늘어선 한옥들이 멋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북촌 6경 : 위에서 내려다 본 가회동 골목길
나란히 줄 서있는 한옥 골목길을 올라가면 언덕의 끝에 여섯 번째의 촬영지점을 발견 할 수 있습니다. 이 곳에서는 한옥 지붕들 사이로 보이는 서울 시내의 풍경이 한 눈에 보여 전통과 미래가 공존함을 확인 할 수 있답니다. 따라서 저 멀리 있는 남산타워가 나오도록 찍는 센스를 발휘해주세요!
북촌 7경 : 가회동 31번지
방심하면 놓칠 수 있는 7경은 6경을 보고 난 후 옆으로 돌아서면 일곱 번째 촬영지점을 찾을 수 있습니다. 7경은 특유의 여유로움이 묻어나는 곳인데요. 돌계단 위에 올려진 아기자기한 화분과 맞대어 보고 있는 한옥, 그리고 길가에 있는 대나무의 조화가 멋스러운 곳입니다.
북촌 8경 : 삼청동 돌계단길
탁 트인 전망이 인상적인 화개 1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삼청동길로 내려가는 돌계단길이 나오는데 그 계단의 끝에 여덟 번째 촬영지점이 있습니다. 볼품없는 돌계단길이라고 실망하셨다면 다시 보시길! 이 돌계단은 커다란 하나의 암반을 통째로 조각해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하답니다.
직접 찾아가 본 북촌 한옥마을은 주변에 경복궁과 창덕궁 등 고궁이 많아 한옥의 멋에 잔뜩 취할 수 있었고, 카페, 레스토랑, 부티크, 갤러리 등이 한옥의 껍질을 입고 들어서 있어서 재해석된 전통 한옥과 초 현대적이면서도 아기자기한 건물들이 함께 자리잡아 이색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습니다. 전통에 대한 고집을 버리지 않으면서도 현대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많은 이들과 그들을 보듬어 주는 작은 한옥들이 군집하여 만들어 내는 골목의 풍경이 가지는 아름다움.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경관이 아닐까 싶습니다.
꼭 북촌 8경을 쫓아 다니지 않아도 골목 골목마다 걸어 보는 것만으로 충분히 매력 있는 북촌 한옥 마을! 이곳은 실제로 주민 분들이 사시는 곳이므로 멋진 한국인이라면 동네 주민 분들께 최대한 피해가 가지 않도록 조용히 다니는 에티켓도 잊지 않으시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