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개봉한 영화 ‘스텝 업3D’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에 표현된 주인공들의 춤에 대한 열정과 고난, 그리고 그로부터 나오는 화려한 퍼포먼스는 전 세계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영화 속 ‘월드 잼’이라는 세계 최고의 댄스 배틀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 속에는 짜릿한 긴장감, 청년들의 열정이 모두 담겨 있어 보는 이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렇다면 실제 최고의 댄스 배틀은 무엇일까?
스텝 업에 ‘월드 잼’이 있다면 현실에는 ‘BOTY(Battle Of The Year)’가 있다. BOTY는 1990년 독일 하노버에서 시작돼 16년째 이어져 오고 있는 비보이 배틀 대회다. 매해 영국과 일본, 중국과 동남아, 유럽 국가들과 미국에서 예선을 거쳐 각 국의 오직 1팀만이 대회에 참가할 자격을 얻게 된다. 지금, 각 나라의 예선으로 팀이 모두 선발되었다. 올해 11월 20일, 세계 챔피언을 걸고 전 세계의 젊은이들이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된다.
2009년 이 대회의 우승팀은 한국의 ‘겜블러’다. 겜블러의 퍼포먼스는 BOTY의 만 명이 넘는 관객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무대 위 화려하고 환상적인 퍼포먼스에서는 그들의 좌절이나 어려움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하지만 겜블러 팀원과의 인터뷰에서는 영화보다 더 현실적으로 표현된 그들의 땀과 노력을 들을 수 있었다.
Q. 라이벌은 어느 팀인가?
A. 유럽과 미국 국가들은 항상 견제하게 된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같은 한국 예선전 우승의 진조 크루를 가장 견제한다. 우리는 전년도 챔피언자격으로 자동 출전하게 되는데, 아무래도 같은 국가이고 실력도 충분히 견제할 만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팀의 모든 구성과 퍼포먼스가 작년 대회에서 공개된 상황이다. 이를 1년 안에 같은 팀이라고 느껴질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를 주어야 하기 때문에 그 점이 가장 신경을 쓰게 된다.
Q. 관객을 최고조로 흥분시키는 퍼포먼스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나?
A. 한 달에 2회 회의를 하고 있다. 사생활, 춤, 음악선곡, 동작 등을 마음껏 나눈다. 춤에 경계를 두지 않고 레슬링, 에어로빅 등에서도 모티브를 얻어서 동작을 개발한다. 다양한 자료를 많이 참고하고 각 분야에도 조언을 많이 구한다.
Q. 연습은 어디서 했나?
A. 5년 전까지만 해도 연습실이 없었다. 초창기 때는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했다. 장판을 들고 다니면서 바닥이 울퉁불퉁한 공원에서도 장판을 깔면 그곳이 연습실이었다. 해외의 대회에 출전하고 싶을 때는 몇 달간 쉴 틈 없이 공연을 다니며 멤버 전원이 한 푼도 받을 생각을 하지 않고 돈을 모았다. 라면만 먹고 연습을 할 때도 있었다. 학원에서 연습을 한 적도 있었는데, 낮에 무료 레슨을 하고, 청소까지 도맡아 하면 밤에 연습실을 공짜로 쓸 수 있었다. 이것을 우리는 새벽연습이라고 부르는데, 새벽연습+버스+라면 조합을 5년간 해야 했다. 춤이 좋아 꿈 하나만 가지고 지금까지 해온 것이다. 대회를 앞두고는 새벽 5시까지 연습했다. 지금도 매일 평균 5시간 이상씩 한다. 학원을 개원하고 우리만의 연습실이 생겼을 때는 파티를 했다. ‘낮 형 인간’이 된 것을 실감하고 행복했다.
Q. 비보잉에 대한 어른들의 부정적 시선은 신경이 쓰이나?
A. 쓸 수밖에 없다. 미국은 역사가 오래 되었지만 우리나라는 비보잉의 역사가 비교적 짧다. 우리가 1세대기 때문에 더 열심히 해서 어른들의 인식을 개선해나가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다.
Q. 지금, 꿈은 무엇입니까?
A. 전 세계 유래 상 BOTY에서 2회 우승한 팀은 우리 말고 한 팀이 더 있다. 하지만 세 번 우승한 팀은 아직 없다. 지금 우리의 꿈은 그것이다. 우리는 모든 준비가 끝났다. 지켜 봐 달라.
마지막 질문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한국 사회는 춤추는 사람들에 대해 비교적 관대하지 않은 시각이 있었다. 더구나 비보잉은 한국에 출현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인정받기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스텝업 배틀 장면에 유독 많이 나오는 태극기에서 보이듯이 한국 비보이들은 세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 꿈만 가지고 열정적으로 달려온 한국 비보이들은 21세기 BOTY에서 6회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달려 나가는 중이다. 이들의 성공으로 비보잉, 즉 춤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은 개선되고 있다.
그 예로 한국에서 성황리에 공연 중인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가 있다. 비보이에게 첫눈에 사랑에 빠진 발레리나가 사랑을 이루기 위해 비걸이 되는 지고지순한 사랑이야기다. 2007년 BOTY 우승팀인 ‘익스트림 크루’가 출연하며, 2009년 전용극장에서 오픈 런 하고 있다.
겜블러는 ‘우리는 아직 성공하지 않았다.’라고 말한다. 꿈을 이루고자 하는 청소년에게 꿈에만 미치고 이것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으로 노력할 것을 권한다. 그것에 빠지되 고정관념을 버리고 다른 사람과의 공유를 통해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자신을 발전시키다 보면 발전된 자신이 되어있으리라. 앞으로 다가올 BOTY에서 겜블러의 치열한 승부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