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한국사회의 국내 외국인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점점 확대되어가는 다문화 공동체를 외면할 수 없게 되었다. 이에 정부와 여러 분야의 전문가, 시민단체들은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한국다문화센터에서는 한국 최초의 다문화 어린이로 구성된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을 통해 서로 다른 꿈과 다양한 소리를 내지만 아름답게 어우러져 조화되는 합창의 하모니는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희망 메세지를 전하고 있다.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은 G20 정상회의를 기념으로 하는 자리에서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합창단으로 서게 되었다. 이제 아마추어 합창단이 아닌 다문화 시대의 새로운 바람을 예고하는 큰 태풍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토요일 오후, 친구들과 컴퓨터 게임을 하거나 밖에서 뛰어 놀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겠지만 그 마음을 꾹꾹 눌러 담고 합창단 어린이들은 노래연습을 하러 서울 관악구 명락사에 하나 둘씩 모여든다. 한국다문화센터 노정옥 간사는 “초창기에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원들은 집과 연습실 간의 거리 때문에 아이들이 잘 모아지지 않았어요. 그런데 지금은 이동거리나 시간보다 여기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욱 의미 있는 것임을 알기에 먼 거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꾸준히 참석하고 있죠."라고 말한다. 그러나 실제로 불편함을 호소하는 학생들이나 부모님들이 있기 때문에 한국다문화센터 내에서 전용버스 이용구간을 넓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지휘자 선생님이 나타나 “조용~!”을 외치자 방금 전 장난치며 수다 떨 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도미니끄. 아리랑. 경복궁타령. 아름다운 세상. 씽씽씽. 캐롤. 마법의 성. 거위의 꿈. 레인보우 합창단이 연습하는 노래들이다. 이제는 많이 불러 익숙해진 노래이지만 그래도 틀리는 부분이 생기면 다시 고쳐 부르며 빈틈을 채워나간다. 거의 네 시간 동안 지속된 연습 강행군에 힘든 기색이 역력했지만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면 금세 기운을 차린다.
이들 모두 한국 국적이지만 부모가 외국 출신이라는 것은 공통된다.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에서는 이 공통성이 친밀함으로 가게 되는 요소이지만 이 곳을 벗어나 학교, 학원 등에서는 부모가 외국 출신이라는 이유 하나로 놀림을 당하거나 자심감이 없어 소극적이고 말이 없던 어린이가 많았다고 한다. “합창단 활동을 하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자신감이 많아진 건 확실합니다. 이제는 반에서 반장이나 부반장을 하는 아이들도 많이 늘어났구요. 실제로 아이 엄마들이 와서 발표력도 좋아지고 학교생활도 아무 탈 없이 한다고 좋아합니다. 심지어 아이들의 학교 성적이 떨어지면 합창단을 못 가게 하는 벌도 준다고 하네요.” 합창단 단장, 이현정 단장은 합창단 활동이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자신감을 회복시킬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된 것 같아 뿌듯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공연을 묻자 이현정 단장은 "저번 G20 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열렸던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10시까지 밖에 한 번 나오지도 못하고 아이들도 스텝들도 모두 고생했죠. 지금 생각해보면 고생한 만큼 아이들에게 추억거리를 안겨주었고 보람도 있었던 공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전에 레인보우 합창단은 단순히 다문화 가정의 어린이로 구성되었기에 희소성의 가치로 참가하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이제는 더욱 더 많은 공연에 합창단 자격으로 서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실력과 능력을 키워 프로다운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현재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의 가장 큰 과제이다.
합창은 여러 사람이 모여 하나의 하모니를 이루어야 하기에 힘겹고도 어렵다. 힘겨운 조건과 상황이어도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파되고 박수 받는 이유는 합창단 아이들의 순수함, 상처를 치유하고 자신감을 회복하게 되는 자양분 그리고 한국 사회와 소통 이 세 가지로 하모니를 이루는 데 있다.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의 단장 이현정 단장은 “현재 다문화 흐름을 고속도로에 비춰볼 때 다문화 진행 속도는 150km, 정부의 다문화 정책은 30~40km, 국민 인식은 10km 내외로 불균형적으로 가고 있다.”고 말한다. 다문화 사회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국민적 인식이 최저수준이라는 이야기이다. 현저하게 떨어지는 대한민국 국민들의 인식은 바꾸어야 할 일차적 태도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물음에 이현정 단장은 "답은 간단해요. 우리는 그들을 특별함이 아닌 평범함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는 간단하고 쉬운 것에 인색하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그들에 대한 따가운 시선. 이젠 우리들이 나서서 그 시선들을 부드럽게 바꿔야 한다. 한국 사회 최초로 다문화 가정 어린이 37명으로 구성된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의 울림은 이제 레인보우 코리아 합창단만의 작은 꿈의 실현의 장이 아닌 더욱 더 따뜻하고 조화로운 대한민국이 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그들의 순수한 합창이 대한민국뿐만이 아닌 전 세계에도 행복 바이러스를 전파해주고 있다는 사실에 마냥 고맙고 대견하게 느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