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속의 섬, 제주 우도. 일명 ‘소섬’이라고도 하는 우도(牛島)는 섬의 모양이 마치 소가 머리를 들고 누워있는 모습 같다 하여 우도라고 이름 지어졌습니다. 우도는 자그마한 섬으로 총면적이 6.18km²에 불과하지만 사실 제주도에 속한 62개의 섬 중 가장 큰 섬입니다. 또한 우도의 자랑인 우도8경을 비롯해 검멀레, 등대공원, 우도박물관 등 다양한 볼거리로 가득한 제주도 여행의 필수 여행코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동양에서 유일하게 홍조단괴로 이루어진 하얀 모래사장을 볼 수 있는 서빈백사가 우도 서쪽의 바닷가에 자리해 있는데, 섬 반대편에는 검은 모래사장인 ‘검멀레’가 있습니다. 흑과 백으로 이루어진 모래사장을 이 작은 섬에서 모두 감상할 수 있다니, 신비롭고 이국적인 우도의 매력이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제주도 성산포항에서 우도 까지는 배로 15분이 걸립니다. 갑판 위에 서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멀리 보이는 아기자기한 등대를 바라보는 동안, 어느새 배는 천진항에 도착합니다. 섬 위에 서서 바라보는 바다는 햇살에 반짝이고, 저 멀리 펼쳐진 우도봉의 푸른 빛 잔디가 마음을 포근하게 해줍니다. 우도는 작은 섬이라 길을 잃을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해안도로를 따라 걸어도 좋고 소박한 돌담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도 좋습니다. 돌담으로 이어진 길을 걷다 보니 검은 돌들이 엉성하게 쌓여 있는 듯하면서도 제 역할을 해내는 게 무척 신기합니다. 얼기설기 올려진 돌들 사이로 난 구멍들이 바로 돌담이 거센 바람을 이겨낼 수 있는 견고함의 비결이라고 하는데요, 돌과 돌 사이로 바람이 통하도록 길을 만들어 준 이곳 섬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신생대 4기 홍적세 동안에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섬인 우도는 숙종 23년인 1679년 국마(國馬)를 관리하기 위해 국유목장이 생기기 전까진 사람들의 왕래가 거의 없던 무인도였습니다. 이곳에 마을이 형성되기 시작한 시기는 헌종 10년인 1844년으로 전해집니다. 김석린 진사가 사람들을 모아 함께 입도해 섬을 개척하면서 주민들이 정착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1,585명(내국인1,575명, 외국인 10명 – 2010년 12월말 통계청 기준)의 우도민이 어업과 농업에 종사하며 살고 있으며, 대표적 특산물로는 땅콩, 소라, 마늘 등이 있습니다.
우도봉을 향해 걷다 보니 앞서 언덕길을 오르는 한 중년 부부를 따라가는 강아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우도에는 이렇게 여행객들을 잘 따르며 올레길을 함께 해주는 강아지들이 있다고 해서 내심 기대했는데, 직접 보니 정말 반가웠습니다. 그런데 이 강아지가 우도봉 중턱에 털썩 주저앉아 눈을 감더니 꿈쩍도 않습니다. 마치 올레길은 ‘놀멍 쉬멍 걷는 것이다’ 라는 걸 몸소 보여주려는 것 같아 그 모습이 재미있기도 하고 귀여워서 미소를 짓게 됩니다.
우도봉은 해발 132m에 자리해 있으며, 섬의 머리 부분에 해당한다고 해서 ‘섬머리’ 또는 ‘쇠머리오름’이라고도 합니다. 우도봉 정상에서 감상할 수 있는 우도의 푸른 잔디, 그리고 하늘과 바다가 함께 어우러진 풍경을 일컬어 지두청사(指頭靑沙)라고 하는데요, 지두청사는 우도8경 중 제4경으로 ‘지두의 푸른 모래’라는 뜻입니다. 섬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직접 내려다보는 우도의 전경은 정말 아름다워서 그 모습과 느낌을 그대로 카메라에 담을 수 없다는 게 속상할 정도입니다.
우도봉을 내려와서 입구 왼쪽의 길을 올라가면 국내 최초의 등대 테마공원인 우도등대공원이 있습니다. 막 우도봉을 올랐던 터라 등대공원으로 가는 계단이 끝없이 높고 가파르게만 보입니다. 하지만 계단을 중간쯤 오르면 독도체험마당과 한국과 세계의 등대모형을 전시해 둔 등대마을을 구경하며 잠시 쉬어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계단 꼭대기에서 눈에 들어오는 우도의 모습은 우도봉에서 볼 수 있는 경치와는 또 다른 매력의 절경을 선사합니다.
우도등대를 둘러본 후 검멀레 해변 쪽으로 이어지는 계단을 따라 내려가 봅니다. 검멀레는 ‘검은 모래’라는 뜻의 제주 방언으로, 해변 주위의 현무암 절벽과 바위들이 오랜 세월 동안 파도에 부서지고 깎이면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따스한 햇살을 머금고 반짝이는 검은 모래, 그리고 오색영롱한 빛을 내는 바다가 참 매력적입니다. 검멀레 해변 끝까지 걸어가서 절벽 아래쪽을 살펴보면 해식동굴을 찾을 수 있습니다. 바로 우도8경 중 제7경인 동안경굴(東岸鯨窟)입니다. 이 동굴은 썰물 때가 되면 입구인 첫 번째 동굴을 통해서 안쪽의 동굴로 들어갈 수 있는 이중동굴입니다. 매년 가을철이면 바로 이 동굴 안에서 음악회가 열린다고 합니다. 특히 작년에는 처음으로 그랜드 피아노를 동굴 안에 설치해 더욱 특별한 공연이 되었다고 하는데요, 올 가을 열릴 동굴음악회도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우도 8경 중 가장 잘 알려진 곳인 서빈백사(西濱白沙)입니다. 서빈백사는 한때 부서진 산호 조각들로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었지만, 2004년에 세계적으로 희귀한 홍조단괴로 이루어진 모래사장으로 밝혀지면서 천연기념물 제438호로 지정되었습니다. 홍조단괴는 독특한 이름처럼 보통 해변의 모래와는 밟는 느낌이나 생김새가 많이 다릅니다. 홍조류가 돌멩이처럼 딱딱하게 굳어진 것인데, 눈이 부실 정도로 하얗게 빛나 에메랄드 색 바다와 환상의 조화를 이룹니다. 맑고 투명한 바닷물이 정말 예뻐서 한여름도 아닌데 자꾸만 물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집니다.
서빈백사에서의 달콤한 휴식도 잠시, 벌써 마지막 배가 출발할 시간이 가까워졌습니다. 등 뒤로 펼쳐진 그림 같은 풍경에 미련이 남지만 하우목동항으로 발걸음을 재촉합니다. 제주도로 향하는 배가 항구에서 점점 멀어지면서 우도에서 보낸 꿈같은 하루도 함께 흘러가버리는 것만 같아 너무 아쉬웠습니다. 해질녘 먼발치 보이는 우도의 마지막 모습까지 정말 아름다워서 깊은 여운이 남습니다. 동화 속 섬나라를 닮은 낭만적인 섬. 머무르는 모든 순간이 아름답고 특별한 추억으로 남는 섬. 조만간 우도로 또다시 떠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