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보드 1위를 차지한 미국 가수 그룹 파이스트무브먼트의 "Like a G6"의 뮤직비디오는 테이블 위에 자글자글 구워지는 고기를 둘러 싼 감각 있고 즐거워 보이는 젊은이들을 조명하면서 시작한다. 나중에 장면이 바뀌면서, 이러한 미국의 쿨한 젊은이들이 놀고 있던 신개념 핫스팟이 바로 소향이라는 한국 식당이었다는 점을 알게 된다. 한국식 바베큐 요리는 몇 십 년 전 이민 1세대들이 미국 서부로 이주하면서부터 미국에 소개되었다. 한국에서는 "갈비"로 통하는 한국식 바베큐는 다양한 고기를 구운 요리를 지칭하는데, 주로 소갈비를 달콤하고 짭짜름한 간장 소스에 재워 만든 요리를 뜻한다. 이 요리는 주로 다양한 쌈 야채와 쌈장과 함께 제공되며, 직접 화롯불에서 굽기 때문에 흔히 많은 이들이 가히 “중독적”이라고 부르는 육즙이 많고 숯불향이 베어 나오는 맛을 자랑한다. 이제 이 독특한 메뉴는 미국에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으며, 유명 가수의 뮤직비디오, 대학가의 기숙사 식당, 게다가 패스트 푸드 트럭의 형태로 미국 곳곳에서 만나 볼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처음으로 미국의 갈비 열풍을 실감할 수 있었던 계기는 하버드 기숙사 식당에서 한국 갈비를 겨울철 별미 메뉴로 매주 화요일마다 선보이기 시작했을 때 이다. 물론 우리 학교 기숙사 식당이 다양한 세계의 음식들을 선보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갈비가 메뉴에 올라온 것은 좀 더 특별한 의미를 지녔다. 물론 내가 한국인이라서 일수도 있지만, 갈비 메뉴는 정말 전례 없는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학생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어내었다. 어느 날 나는 저녁 7시에 시작되는 수업을 기다리며 앉아있는데 한 미국 남학생이 교실에 들어오며 친구에게 말을 걸었다. "야, 오늘 저녁 메뉴에 뭐가 나왔는지 알아?" "저녁 메뉴 하나로 그렇게나 신이 난 걸 보면 공짜로 맥주라도 제공해줬어?" "아니, 오늘 갈비 나왔어. 진짜 한국 갈비가 최고야." 이 대화를 들으면서 내심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 정말 갈비라는 메뉴가 학교 식당에 출시 된 다음부터 많은 하버드 학생들은 매주 화요일 저녁을 고대하는 현상까지 일어났다.
특히 저녁시간 중반만 되면 동이 나는 갈비와 김치, 쌈을 위해서 학생들끼리 치열하게 경쟁하는 현상까지 일어날 정도였으니 말이다. 게다가 하버드 식당에서 갈비 메뉴 제공이 중지되자 많은 학생들이 건의를 할 정도로 갈비의 인기가 대단해 결국 갈비는 고정 메뉴로 출시되게 되었다. 이 사건은 하버드의 대표 신문인 하버드 크림슨의 블로그에도 소개된 바 있다.
한국의 갈비는 전국 대학 캠퍼스들뿐만 아니라 미국 서부에서도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음식에 열정을 가진 젊은이 세 명과 한국계셰프 로이 최가 창립한 "고기 트럭"은 겨의 종교적인 추종자들을 배출해 내며 일으킨 큰 반향이 뉴욕 타임즈 신문의 음식&와인 부문에 소개된 바도 있다. 고기 트럭은 전통적인 한국 음식과 유명한 멕시코음식들을 퓨전한 메뉴들을 제공하고 있는데, 닭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및 두부 등을 갈비 조리법으로 구워 김치와 파등과 함께 멕시코식 토르티아에 싸서 선보이며, 외에도 김치 퀘사디야 등 달콤하고 짭짤하며 매콤한 맛을 가미한 인기 아이템들을 판매하고 있다. 단순한 아이디어의 실행 편으로 로스 엔젤레스에서 시작된 고기 트럭은 이제 4개의 트럭과 컬리버 시티의 식당까지 운영하고 있다. 게다가 고기 트럭은 미국 전역의 다른 갈비 타코 전문 식당들의 탄생에 기여를 했는데, 아틀란타의 한국 타케리아와 인디아나폴리스의 웨스트 코스트 타코 트럭이 그 중에 해당된다.
샌프란시스코의 앤드류 프리만 연구소는 미국을 강타한 한국식 갈비 타코 열풍이 한국 음식의 전반적인 이미지 제고에 큰 역할을 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갈비의 대중화 이전에도 미국에서는 비빔밥과 순두부와 같은 메뉴들이 한국의 대표적인 메뉴로 소개되었지만 현재 갈비 열풍은 전례 없는 열광적인 팬 층과 입소문을 통한 빠른 확산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갈비 열풍은 비록 미국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동남아 지역과 중국에서 또한 한국의 갈비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어, 갈비 열풍 때문에 수입 소갈비 가격이 오를 정도라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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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에서 지난해 7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고 있던 500명의 외국인 중에서 225명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으로 갈비를 꼽았다. 이렇게 설문조사 결과가 보여주듯이 갈비는 세계적으로 각광받을 수 있는 잠재력이 큰 요리이다.
게다가 뭐니 뭐니 해도 달착지근하고 짭조름한 양념에 잰 입에서 살살 녹는 고기를 싫어하는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 내가 갈비의 세계로 인도를 해준 외국인 친구들은 모두들 한번 맛보고 나서 갈비의 광적인 팬들을 자청하고 나섰다. 아직 갈비를 맛보지 못한 친구들이 주변에 있다면, 적극적으로 권하길 추천한다. 십중팔구 갈비의 독특한 맛과 사랑에 빠질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