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 한 사발 들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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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젊음의 거리 홍대입구의 한 모퉁이에는 핀란드 사람이 운영하는 퓨전막걸리주점이 있다. 그 외국인은 바로 TV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서 재치 있는 입담으로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는 별명을 얻게 된 따루 살미넨(Taru Salminen, 34)씨다. 따루 씨가 이러한 별명을 얻게 된 까닭은 그녀가 한국문화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음은 물론, 누구보다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를 사랑하고 심지어 한국 사람들도 잘 먹지 못하는 홍어회까지 섭렵했기 때문이다. 핀란드에서 온 따루주모가 막걸리 퓨전주점을 운영하게 된 사연과, 그녀가 말하는 핀란드와 대한민국의 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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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인 따루 씨와 인간적인 술 막걸리와의 운명적인 만남
핀란드 헬싱키 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던 따루 씨는 13년 전 교환학생 생활을 시작하면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되었고, 당시 한국 친구들과 어울리며 막걸리를 처음으로 접했다고 한다. 방송에서도 항상 막걸리 예찬론을 펼치며 대한민국 전통주 막걸리를 널리 알려왔던 따루 씨. 그녀는 2010년 3월 막걸리 주점을 내기로 결심한 이후, 막걸리 전문교육기관인 ‘막걸리 학교’까지 다니면서 막걸리의 역사, 술 빚는 법 등에 대해 배웠다고 한다. 막걸리를 공부하면서 한국의 역사와 문화도 배울 수 있었다는 따루 씨는 자신을 ‘막걸리 전도사’, ‘핀란드와 한국의 가교’로 소개하곤 한다.

(홍대 근처에 있는 따루주막) |
Q. 따루 씨에게 막걸리의 어떤 점이 가장 매력적이었나요?
"일단 막걸리는 맛있잖아요. 달콤하면서도 시큼하고, 구수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나요. 지역별로 종류와 맛도 다양해서 어떤 음식과도 다 잘 어울리죠. 막걸리에는 단백질이나 아미노산이 풍부하고 유산균도 들어 있어 건강에도 좋은 술입니다. 또 막걸리는 적당히 마셨을 때 배가 부르잖아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과음을 못하게 하는 고마운 술이기도 하지요. 막걸리는 곁에만 있어도 기분을 좋게 해주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막걸리는 참 인간적인 술 같아요. 막걸리가 너무 매력적이어서 방송에서도 쉬지 않고 홍보를 하고 있고, 이제 이렇게 막걸리 주점까지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막걸리 잔을 손에 들고 다니면서 일하기도 하거든요. 물론 일하는 중에는 취할 정도로 많이 마시지는 않는답니다."
Q. 막걸리는 숙취가 심하다는 인식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막걸리를 마시면 머리가 아프다는 편견이 있는데, 막걸리를 제대로 만들어 낸다면 절대 그렇지 않아요. 일단 아스파담 등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가는 막걸리는 좋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프게 되죠. 또한 막걸리는 제조일자를 확인하고, 3일에서 5일 정도 숙성된 것이 좋습니다. 효모가 당을 먹어버려서 숙성이 되고 머리가 안 아프게 되는 원리입니다. 숙성이 안 된 막걸리를 마시면, 몸 속에서 발효가 계속 이어져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게 되고 두통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국, 화학첨가물이 많이 들어가거나 제대로 숙성되지 않은 막걸리보다는 좋은 재료로 적당히 숙성시켜 만든 막걸리가 최고랍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술이라도 과음하지 않는 게 가장 좋겠죠?"
대한민국과 핀란드의 술 문화 비교
핀란드인 따루 씨가 한국의 전통주 막걸리를 이렇게 열심히 홍보해주는데, 우리도 핀란드의 국민술에 대해 알아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술을 즐기는 문화나 해장문화에 있어서 핀란드와 대한민국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친절한 따루 씨가 그 궁금증을 해소해주었다.
Q. 핀란드의 국민술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시겠어요?
"한국에 국민술 소주와 막걸리가 있다면 핀란드에는 ‘꼬쓰껜 꼬르바’라는 국민술이 있습니다. 도수는 35도에서 37로 소주보다는 상당히 높은 편 이구요. 소주(350ml)가 마트에서 천원 초반대인 반면에 ‘꼬쓰껜 꼬르바’는 한 병(500ml)에 1만 5천원에서 2만원 사이 입니다. 주세를 일부러 높게 책정했기 때문에 비싼 건데요. 핀란드에서는 알코올 때문에 여러 사회문제가 생긴다고 인식해서 일부러 술을 비싸게 파는 것입니다. 가게에서 술을 마시려면 가정에서보다 돈이 두 세배 더 많이 듭니다."
Q. 술을 주로 마시는 시간, 장소 등 술문화에 있어서 한국과 핀란드의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일단 한국 사람들은 평일, 주말에 관계없이 자유롭게 술을 즐기는 것 같아요. 단체별로 회식도 많은 문화잖아요. 저도 한국에서 대학생활을 할 때 술을 정말 자주 마셨죠. 하지만 핀란드는 평일에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 중독자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주말에 마시는 경우가 많은데, 대신 한번 마실 때 엄청 많이 마시죠.
그리고 제가 볼 때 한국 사람들이 핀란드 사람보다 술은 확실히 약한 거 같아요. 신체적인 특성의 차이겠지요? 한국 사람들이 술을 더 자주 먹긴 하지만 전체적인 음주량을 봤을 때 오히려 핀란드 사람보다는 덜 마실 수도 있어요. 핀란드의 1인당 술 소비량이 꽤 높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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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핀란드에서는 술을 집으로 사와서 친구들과 파티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술집이 새벽 3시, 4시까지 영업하긴 하지만, 술값이 아주 비싸서 잘 가지 않게 되죠. 집에서 파티를 마친 뒤, 춤을 추기 위해 클럽이나 술집에 가기도 합니다. 한국은 소주나 맥주, 막걸리 등 술이 저렴한 편이라서 술집에서 먹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
Q. 한국인들은 찜질방에서 술을 즐기기도 합니다. 사우나의 본고장인 핀란드에서는 어떤가요?
“핀란드는 사우나의 본고장이죠. 현재 핀란드에서 대중목욕탕은 거의 사라졌고, 집에서의 사우나 문화가 발달했습니다. 핀란드에서 사우나는 집의 일부분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한데요. 한국의 찜질방이나 대중사우나와는 개념이 다릅니다. 화장실과는 분리된 공간이고, 규모가 그렇게 크지는 않아서 4-5명이 들어 갈 수 있는 정도입니다. 가족과 지인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사교 생활의 일부분으로 이해하시면 될 것 같아요.
보통 핀란드에서는 술을 먹고 나서 사우나를 많이 하죠. 특히 남자친구들끼리 만나면 사우나 안에서 맥주 등의 술을 마시기도 합니다. 다시 말해서 핀란드에는 사우나를 하기 전, 사우나를 할 때, 사우나를 한 후 이 모든 경우에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있습니다. 한편, 다양한 사우나 시설을 갖추고 있는 한국의 찜질방에서는 친구들과 술도 즐길 수 있고, 또한 수다를 떨다가 같이 잠을 잘 수도 있어서 많은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의 찜질방이 핀란드에 생긴다면 대박 날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Q. 핀란드에서는 술을 마실 때 주로 어떤 안주를 먹나요? 특별한 주도는 있습니까?
“한국에서는 안주가 없는 술자리는 상상할 수도 없잖아요? 갖가지 요리나 음식 등을 펼쳐놓고 술을 마시죠. 하지만 핀란드에서는 술을 마실 때 안주를 잘 먹지 않는 것 같아요. 그냥 술만 많이 마시는 경우가 많아요. 한국에서는 이런걸 ‘깡소주’라고 한다죠? 물론 집에서 술을 마실 때는 샐러드나 나쵸, 감자칩, 피자와 같은 음식을 곁들여 먹기는 하지요. 하지만 술집에서는 안주를 잘 먹지도 않고 팔지도 않아요. 비싸기도 하고, 핀란드에서는 안주 자체를 별로 선호하지 않는 것 같아요. 한편, 핀란드에는 한국처럼 특별한 주도는 없습니다. 술도 자신이 직접 따라 먹고요. 자연스럽고 편한 분위기죠. 한국은 회식문화가 발달했고, 상사로부터 술을 권유받는 자리가 많죠. 즉, 한국은 서열화가 심해서 술자리에서 윗사람 앞에서의 제약이 많은 반면, 핀란드는 수평화가 되어 있어서 조금은 더 편하게 술을 먹는 분위기 인거죠. 핀란드 사람들은 술은 단지 취하기 위해서 마시는 것이라고 생각을 해요. 하지만 술을 권하는 문화,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있다는 것은 핀란드와 한국의 공통점입니다. 아무래도 술을 같이 마시면 깊은 얘기도 할 수 있고 친해질 수 있잖아요?”

(대한민국의 다양한 해장국) |
Q. 한국에는 다양한 해장음식이 있습니다. 핀란드는 어떤가요?
“핀란드에는 과음을 하고 난 다음날 아침, 절인 청어로 만든 전통음식과 맥주로 해장을 하는데요. 굉장히 짜서 사실 저는 잘 먹지 않아요. 제 동생은 술을 많이 마시고 나면 햄버거나 피자 등 기름진 음식을 먹고 싶어하더라구요. 한국의 해장문화는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제 생각엔 해장을 위해서는 국물이 꼭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콩나물국 같은 해장국을 먹으면 숙취해소에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친구들과 밤새도록 술을 마시고, 아침 6시-7시쯤 해장국 한 그릇을 먹고 집에 가서 자는 게 정석이죠.
또한 한국에 있는 각종 숙취해소음료도 좋은 것 같아요. 제 주변에 술을 아주 많이 마시는 외국인 친구가 있는데요. 그 친구는 술을 먹기 전에 한국의 숙취해소음료를 마시고, 술이 많이 취했다 싶으면 하나 더 마시고, 자기 전에도 하나 더 마신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이러한 숙취해소 음료를 편의점에서 손쉽게 살 수 있지만, 핀란드에는 이런 음료가 없답니다.”
Q. 마지막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의 KoreaBrand.net을 방문하시는 분들에게 한국을 소개해주신다면?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아시아에 일본과 중국만 있는 게 아니라 한국이 있다는 것도 잘 알았으면 좋겠어요. 한국은 땅은 좁지만 인재도 많고,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역할도 하고 있고 볼 것도 먹을 것도 많은 나라지요. 외국인들을 매료시킬 수 있는 요소가 많아요. 여러분이 한국에 오신다면 한국의 재래시장을 구경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구경거리도 많고 호떡, 어묵, 떡볶이 등 한국 특유의 길거리 음식도 즐길 수가 있답니다. 그리고 저희 따루주막에 들러서 막걸리 한 잔 하고 가시는 건 어떨까요? 틀림없이 한국의 맛에 반하실 겁니다.”

따루 씨와 국가브랜드위원회 제2기 콘텐츠기자단 Triple K 팀 (왼쪽부터 김준석, 따루, 김조은) |
“한국과 핀란드를 이어줄 수 있는 허브가 되고 싶어요.”
막걸리 전도사 따루 씨의 궁극적인 목표는 한국과 핀란드를 이어줄 수 있는 허브와 같은 사람이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녀는 핀란드 다큐멘터리 팀이 북한의 개성공단이나 금강산을 촬영할 수 있도록 통역 및 가이드를 담당하는가 하면, 핀란드 교육 관련 서적을 번역하여 국내에 출간하기도 한다. 하지만 따루 씨는 한국과 핀란드 간의 원활한 교류를 위해 자신이 해야 할 일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고 말했다.
“제가 한국도 알고 핀란드도 잘 아니까 유리한 점이 많지요. 한국과 핀란드를 이어줄 수 있는 허브 역할을 하고 싶어요. 서로를 알릴 수 있는 기사를 쓴다든가 책을 낼 수도 있겠죠? 제가 한국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핀란드의 교육이라든가 청렴한 행정과 같은 것을 소개할 수도 있겠죠.”
한국인보다 더 한국인 같다는 팔방미인 따루 씨는 이제 어느덧 한국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청사진까지 제시하고 있다. 그녀의 막걸리 사랑이 대한민국과 핀란드를 이어주는 달콤한 촉매제가 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