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버벌 공연이 세계적으로 우뚝 서고 우리나라 대표 문화아이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감동선사, 예술가들의 열린 자세가 필요합니다.”
최근 비보이와 타악을 앞세운 넌버벌 공연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으면서 우리나라 대표 공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이미 난타와 점프 등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이외 ‘사랑하면 춤을 춰라’, ‘발레리나를 사랑한 비보이’, 와 같이 비보이와 사물놀이 또는 비보이와 힙합과의 만남을 추구한 넌버벌 공연이 펼쳐져 한국의 대표 문화아이콘으로 자리 잡아 가고있다.
이런 가운데, ‘공씨의 헤어살롱’을 비롯해 ‘달성공원’, ‘미국에는 비아그라가 있고, 한국에는 엿먹어라가 있다’(이하 미비한 엿) 작품으로 세계인들로부터 주목 받았고, 최근에 혹시 대구에 사세요를 통해 대구 시민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넌버벌 공연에 떠오르는 배우, 대구시립극단 이재선 배우를 통해 한국의 넌버벌 공연의 가치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 보았다.
Q. 최근 우리나라의 넌버벌 공연에 대해 어떻게 바라보나요?
이미 우리나라 넌버벌 공연의 우수성은 세계인들에게 인정받았고, 그 우수성으로 한국을 알리는 중요한 위치로 자리 잡았다고 봅니다. 지난 2008년에 ‘공씨의 헤어살롱’ 작품 공연을 위해 영국 에딘버러에 방문 했을 시, 함께 참가한 한국팀이 약 12팀이였는데 한국 공연팀의 인기는 대단했습니다. 그 때 ‘비보이 댄스’나 ‘타악’을 접목한 넌버벌 공연은 외국인들에게 통한다는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장르가 지나치게 많아서 서로간의 치열한 경쟁과 자칫 넌버벌 공연이 획일화로 변질되어 갈 수 있다는데 부담이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다양하고 새로운 형태의 이야기가 도입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구시림극단의 넌버벌 공연 ‘공씨의 헤어살롱’ 공연 후 모습> |
Q. 새로운 이야기, 다양한 형태의 넌버벌 공연,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새로운 이야기라 해서 이전에 없던 이야기를 새롭게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저는 우리나라 역사 속, 흘러간 자취 속의 장소나 사진 속에서 충분히 이야기를 끄집어 내 만들어 낼 수 있고, 그런 이야기가 외국인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봅니다.
예를 들면, 한국전통음식이나 한국대표그림에 담겨진 이야기를 풀어 만들 수 있습니다. 예전에 서울예 술단과 함께 ‘시루다’ 작품을 하게 되었는데, 이 작품은 김홍도의 ‘씨름도’를 타악과 무용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작품을 통해 관객들에게 ‘전통씨름’, 그 당시 서민들의 생활사를 쉽게 전달 해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런 작품은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화를 공연화 했다는데 의미와 외국인들에게 과거 한국 서민들의 모습을 시사해 줄 수 있다는데 뜻이 있다고 봅니다.

<이재선 배우와 그가 무대에서 선보인 다양한 군상을
담은 가면들> |
Q. 한국의 역사를 공연 이야기로 표현해 많은 외국인들에게 한국을 제대로 알릴 수 있다는데 여지가 있지만, 한편으로 지나친 한국이야기로 자칫 공감대 형성에 어려움을 초래하지 않을까요?
네, 물론 너무 우리 전통의 것에만 매달릴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나라 근, 현대 사회의 모습도 보여줄 수 있고, 우리 국민(서민)들의 일상모습도 다룰 수 있습니다. 그전에 이런 우리의 모습이 세계시민들이 함께 공감 대를 형성할 수 있게, 그 속에 감동이 표현 되게 작품화 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으로 제가 선보인 ‘공씨의 헤어살롱’이나 ‘달성공원’, 그리고 지하철 이야기도 흘러간 역사 속 이야기나 잊혀진 모습을 재해석 해낸 작품들입니다. 그리고 이런 작품에는 사랑과 슬픔, 그리고 웃음이 녹여져 있습니다. 이런 희노애락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작품에 누구나 한번 쯤 경험했거나 생각해 볼 수 있는 모습을 담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이야기를 풀어내더라도 세계인들이 공감할 수 있게 누구나 이해하고 웃을 수 있는 요소가 작품 속에 표현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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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넌버벌 공연의 ‘공감대’!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포함해 다른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공연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누구나 쉽게 따라하고 접근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지난 번 ‘혹시 대구 사세요’ 작품의 경우 무대에 선 4명의 배우 가운데 저를 빼고 나머지 친구들은 군대 후임, 배우지망생, 친구로 정식 연극인은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그 친구들이 무대에서 멋진 공연을 선보일 수 있었던 까닭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몸짓 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연습을 통해 보다 완벽한 모습을 선보일 수 있었지만, 비언어로 이루어진 넌버벌 공연 특성상 관객과 소통하는 데 있어 몸짓은 소통의 중요한 도구이기에 관객들도 쉽게 따라하고 접근 할 수 있게 표현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2월에 선보인 ‘혹시 대구사세요’와 ‘달성공원’ 작품의 공연모습> |
Q. 아무래도 ‘우수 공연’ 이라 함은 작품을 보고 관객들이 마음 깊숙이 감동을 선사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한국적 이야기에 우리나라 넌버벌 공연에 어떤 감동이 표현되어야 할까요?
우리나라 공연이 세계에서 큰 성공을 이루기 위해서는 감동의 다양화를 펼칠 필요가 있습니다. 감동의 다양화라 해서 자칫 어렵게 들릴 수 있겠지만, 쉽게 말해 관객 개개인이 느끼는 감동이 다르고 작품은 장면 하나하나 소품 하나하나 관객들과 교감할 수 있게 나타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로 어떤 이는 작품의 앞부분만 보고서도 감동을 느끼거나 다른 어떤 이는 작품 속에 소품을 보고서도 감동을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넌버벌 공연 특성에 맞게 보다 다양하고 색다르게 느끼게끔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대체로 일반공연은 사람의 눈과 귀로 동시에 전달 해주고 있지만, 넌버벌 공연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눈으로만, 그리고 때로는 귀로만, 때로는 느낌으로만,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여지에 다양성을 둘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한국의 넌버벌 공연이 보다 세계적으로 알려지기 위해서는 서양 공연과 달리 작품에 여운을 주는 장면이 많이 선보였으면 합니다. 마치 우리나라 수묵화에 표현된 ‘여백의 미’와 같이 작품을 꼭 채우려고 하지 말고 관객들이 감동의 여운을 느낄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재선 배우는 우리나라 넌버벌 공연이 앞으로 우리나라 공연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이라고
그 포부를 밝혔다> |
Q. 끝으로 우리나라 넌버벌 공연이 세계 속에 우뚝 서고 한국의 진정한 브랜드 아이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떤 작업이 필요할까요?
대개 사람들이 한국의 우수함을 말하라 하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다.”라고 언급하는데요, 그렇다면, 가장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가 생각해보야 한다고 봅니다. 대체로 사람들은 전통문화재, 한글, 한복과 같이 세계인들에게 당당히 자랑할 수 있다는데 초점을 두는데요, 저는 그렇게 보지 않아요, 우리나라만이 지니고 있는 아픈 역사의 현장이나 부끄러운 것으로 그동안 덮어 두었던 것도 지금에 우수한 한국문화 형성에 뒷받침 되었다면 충분히 세계에 알리고 브랜드 가치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저의 ‘혹시 대구사세요’ 란 작품에서 다룬 ‘대구지하철 화재사고’ 경우 대구지역의 치부라고 덮어 둘 수 있지만, 그 때 아픈 역사가 공연화 되어 현재의 사람들에게 반성과 성찰의 기회나아가 한국의 지하철 발전에 영향을 주었다면 이것도 한국의 것이 될 수 있으며, 보잘 것 없다고 여기는 길거리 ‘엿장수’를 통해 우리나라 ‘엿’에 대한 의미와 엿가위 가락으로 우리나라 전통 음악도 연결돼 표현될 수 있습니다. 이밖에 아줌마들의 관광버스 댄스는 우리나라 살풀이와 연관돼 충분히 우리나라의 것으로 대변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넌버벌 공연의 우리나라 대표 문화아이콘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공연일선에 있는 사람들은 우리주변에 알게 모르게 스쳐갔거나 부끄러운 것으로 덮어둔 것일지라도 우리 한국문화가 성장하는데 힘이 되면 모든 것이 ‘가장 한국의 것’이라 인지하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코리아브랜드 커뮤니케이터 1기: 이현엽